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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 737 MAX8이 시한폭탄이 됐다

by 에디터 아이콘 송송이 2019/03/13 2,691 views

B737 MAX8이 시한폭탄이 됐다


비행기 사고소식은 언제나 다른 교통수단의 사고소식보다 배로 끔찍하게 다가온다. 손써볼 도리 없이 추락하는 여객기 안에서 마지막 순간을 맞이해야 한다는 것, 그 밀폐된 공포를 상상하는 것만으로 숨이 막힌다.


지난 10일 에티오피아항공 여객기가 이륙 직후 급상승과 급하강을 반복하다 결국 추락했다. ‘전원 사망’이라는 네글자가 유족들의 마음에 어떻게 박혔을지 헤아리기 어렵다. 그런데 속보에 익숙한 글씨가 보인다. 보잉 737 MAX8. 사고 여객기의 항공기종이다. 


#1. 맥스8이라는 기종


(출처: boeing.com)


B737 MAX8은 보잉이 개발한 차세대 주력기로, 2017년부터 항공사들에게 인도되어 상업비행을 하고 있는 신기종이다. 기체가 가볍고 기존 기종 대비 연료효율이 좋아 저비용항공사에서 특히 인기가 좋다. 더 단순하게 말하자면, 장거리를 제외한 온갖 노선에 투입할 수 있는 작고 (비교적)멀리 나는 기종이다.


(B737 MAX 시리즈, 출처: boeing.com)


많은 언론에서 사고 기종을 그저 ‘B737’이나 ‘B737 맥스’로 표기하지만, 부정확한 표기다. B737은 1968년에 출시되어 다양한 세대를 거느리고 있는 시리즈일 뿐이다. B737의 4세대인 B737 MAX에는 또 MAX7, MAX8, MAX9, MAX10까지 네 가지 종류가 있다(사진 참고). 여기서 문제가 되는 기종은 B737 MAX8이라는 단 하나의 기종이다. 


따라서 모든 B737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B737-800의 경우 전세계적으로 매우 활발하게 운항되는 기종이며 우리나라에서는 대한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등 다수의 항공사가 안전하게 잘 운항중이다.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의 경우 B737-800 단일기종으로만 운항한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름은 ‘737’이나 ‘맥스’라는 카테고리가 아니라 콕 집어서 B737 MAX8이다. 


#2. 두 번의 사고


(출처: 로이터)


B737 MAX8이라는 이름이 단두대에 오른 것은 단 두 번의 참사 때문이다. 아직 운항을 시작한지 2년도 되지 않았는데 네 달 간격으로 치명적인 사고를 일으켰다. 게다가 신기종이라 앞으로 인도받을 항공사들이 많음에도 정확한 원인규명과 솔루션 제시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즉, ‘저번에 사고 났는데 별다른 조치 없이 이번에도 사고가 났으며 앞으로도 계속 운항’하는 기종이기 때문에 문제인 것이다. 두 번의 사고 개요는 아래와 같다. 


1. 라이언에어 Lion Air


(출처: AFP 연합뉴스)


지난 10월 인도네시아 소속 항공사 라이언에어가 두 달 전 인도 받은 B737 MAX8이 바다로 추락해 181명의 승객과 8명의 승무원이 전원 사망했다. 자카르타에서 팡칼 피낭으로 가는 항공편이었다. 약 일주일가량의 원인조사 후 미국 연방항공청(FAA)과 보잉은 소프트웨어 결함 가능성을 시사했다. 


2. 에티오피아항공 Ethiopian Airlines


(출처: 에티오피아항공)


라이언에어의 사고 약 4달만인 3월 10일, 에티오피아항공의 B737 MAX8이 추락해 149명의 승객과 8명의 승무원이 전원 사망했다. 에티오피아 아디스 아바바에서 케냐 나이로비로 가는 항공편이었다. 이륙 직후 하강을 시작한 것과 선회를 하지 않았던 점이 라이언에어 사고기록과 유사해 같은 원인일 것으로 추정된다. 


▶추락 전 동일한 이상 징후 

두 기체 모두에서 고도상승과 급선회가 불가했다. 주요 쟁점은 AOA(Angle of Attack) 센서가 데이터를 잘못 입력해 수동 조종에 혼란을 주고 항공기를 급격하게 하강하게 만든다는 것. 


하지만 첫 사고 이후 이를 파악한 보잉이 항공사들에게 이 센서의 오작동 가능성에 대해 이미 고지를 했기에, 두 번째 사고의 파일럿이 이점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을 가능성은 낮다. 


가능한 원인은 

1. 파일럿이 AOA 센서 오작동 시 매뉴얼을 망각했다 (조종사 과실) 

2. 그 점을 인지해도 손쓸 수 없을 정도의 결함이 있다 (제작사 과실)

정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만약 원인이 제작사의 과실로 밝혀지면 사고 책임을 비롯해 운항 중단으로 인한 항공사들의 보상 소송 등에 휘말릴 수 있어 보잉은 원인 규명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고 있다.


#3. 이스타항공 승무원曰: 우리도 불안해!


(출처: 이스타항공)


국적기 중에서는 이스타항공만이 올해부터 B737 MAX8을 상업 운항했다. 해당 기종은 제주행 국내선과 베트남 푸꾸옥행 국제선 등에 투입됐다. 단 두 대만이 하늘을 날고 있었지만, 사고 직후 직원들은 운항 중지를 요청하고 나섰다. 승객들이야 어떻게든 기종을 확인해 탑승을 피할 수 있지만, 승무원들은 해당 기종임을 알고도 탑승해야만 하니 ‘예의 주시’가 아닌 ‘운항 중단’을 주장할 수밖에 없는 것. 


국토교통부는 사고 초기에는 운항중지보다 원인조사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태도를 취하며 해당 기종의 상태를 특별점검 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가, 사고 이틀 후인 12일 결국 운항중지를 결정했다. 13일부터 안전이 담보될 때까지 운항을 하지 않는다.


(제주항공에 도입될 B737 MAX8, 출처: boeing.com)


국토부는 대한항공,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등 올해 B737 MAX8을 도입하고 운항을 시작할 것이라 밝힌 국내 항공사에 대해서는 안전이 확보되는 경우에만 도입을 허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대한항공 6대, 이스타항공 4대, 티웨이항공 4대 등 총 14대가 B737 MAX8 도입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국적기를 탄다면 B737 MAX8 관련 문제에서는 이제 안전하다. 


#4. 보잉曰: B737 MAX8은 안전한 비행기입니다. 그렇지만… 개선은 할게요. 


(출처: boeing.com)


연이은 사고에 우리나라의 이스타항공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 국가와 네덜란드, 이탈리아, 벨기에, 아일랜드, 아이슬란드, 오스트리아, 노르웨이, 중국, 싱가포르와 중동 여러 국가(미국과 캐나다를 제외한 대부분)의 소속 항공사들이 B737 MAX8의 운항을 중단한 가운데, 사고의 원인이 소프트웨어 결함 때문이라고 밝혔던 보잉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 이번에는 확실히 소프트웨어 개선을 약속했다. 구체적으로는 수 주 내다. 


하지만 여전히 조종사들이 기존의 매뉴얼대로 운항한다면 AOA 센서 오차(첫 사고의 원인이었던)를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에티오피아항공 사고 유족들에게는 깊은 유감을 표하면서도 거듭 ‘737 맥스는 안전한 비행기’라고 일축하기도 했다. B737 MAX8을 직접 운항하는 파일럿들과 기내 안전을 담당하는 승무원들도 불안해하는 비행기를, 지금까지는 보잉과 미국 연방항공청만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 글이 작성된지 하루 만인 3월 14일, 미국도 B737 MAX8의 운항을 중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직접 지시했으며, 해당 기종 뿐만 아니라 MAX9 모델도 함께 중단 조치했다. 캐나다의 마치 가노 교통부 장관 또한 이날 기자회견에서 두 기종의 이착륙과 캐나다 영공통과를 제한한다고 밝혔다.


#5. 이 모든 게 돈 때문?


항간에서는 B737 MAX8의 사고가 구형 기체에 최신 시스템을 적용하려다 일어난 비극이라고 본다. 


(출처: boeing.com)


새 기종이 나오면 기장들은 해당 기종에 맞는 교육 후 자격을 받아야 하는데, 이 비용이 꽤 크다. 특히 소형 여객기를 운항하는 저비용항공사(LCC)의 경우 매번 새 기종을 들여올 때마다 훈련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는 것이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래서 보잉이나 에어버스 등 제작사 측에서는 기존 조종석은 유지하되 최신 기술을 적용한 기종을 내놓고 ‘추가적인 훈련이 필요 없다’고 홍보한다. 1960년대에 출시된 B737이 하드웨어와 시스템은 그대로인데, 새로운 기술만 계속해서 적용되다 보니 파일럿들은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즉 새로운 기종에 따른 훈련비용을 제작사와 항공사 모두 원하지 않았던 점이 큰 사고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 경우 결국 사고의 원인은 세세한 기체의 결함이라기보다 구조적인 문제다. 항공기의 경우 한 번 문제가 생기면 백 단위의 승객 및 승무원들이 목숨을 잃는 만큼, 단기적인 이익보다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두어야 하지 않을까. 




새로운 항공 기종을 눈으로 확인하고 디테일을 짚어보는 것이 프고의 가장 큰 기쁨인만큼, B737 MAX8도 올해 리뷰 위시리스트에 들어 있었다. 불의의 사고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희생자의 유족과 친구들에게 애도를 표하며 B737 MAX8이 확실하게 안전한 기종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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