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IGHT

[말레이시아항공 'A330-300'] 쿠알라룸푸르-인천 비즈니스석 탑승기 (MH38)

by 에디터 아이콘 GRAY 2019/04/19 1,179 views

■    에어아시아와 말레이시아항공


인천으로 가기 위해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현지인들은 쿠알라룸푸르를 KL이라고 줄여 부르고,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도 KLIA(Kuala Lumpur International Airport)라고 약자로 만들어 부른다. 그야말로 ‘별다줄’의 나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은 터미널이 두 개로, KLIA2는 에어아시아 전용으로 운영된다. 전용 터미널이 따로 있을 정도라니 말레이시아 안에서 에어아시아의 위상이 어떤지 가늠이 된다. KLIA1에 비해 규모가 작은 것도 아니라니 세계 최대 LCC라는 사실도 납득된다. KLIA1은 넓고 환하며 명품 브랜드들이 많이 모여있는 여유로운 느낌이라면, KLIA2는 다양한 식당과 쇼핑거리들이 즐비한 복작복작한 곳이다. 


에어아시아 이용객이 말레이시아항공보다 많은데, 같은 터미널을 이용하게 된다면 쿠알라룸푸르 공항이 에어아시아 이용객의 편의에 집중하게 될 것은 당연지사. 그렇다면 사람들은 더더욱 말레이시아항공을 이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터미널 분리는 말레이시아항공은 FSC로서의 위엄을 잃지 않고 에어아시아도 탑승객의 편안함을 증진시킬 수 있으니 현명한 선택이다. 


■    체크인



쿠알라룸푸르공항이 말레이시아항공의 허브공항이기에, 체크인부터 라운지 이용까지 말레이시아항공 탑승객이라면 무척 이용하기 편리하게 되어있다. 우선 비즈니스 스위트(퍼스트 클래스)나 비즈니스 클래스 탑승객인 경우 D 카운터로 향하면 된다. 말레이시아항공의 마일리지 시스템인 엔리치 실버, 골드, 플래티넘 회원도 D 카운터에서 체크인 할 수 있다. 



누가 봐도 말레이시아항공의 체크인 카운터인 것을 알 수 있도록 큼직한 입구가 버티고 서있다. 


 


10개의 카운터가 상시로 비즈니스클래스 승객들을 응대하고 있어 매우 여유롭고 줄 설 필요도 없었다. 스탑오버 관광을 할 생각이 있거나 가격이 아주 저렴하지 않은 이상 여행하는 나라의 플래그캐리어를 타는 것이 공항에서는 가장 편안한 선택이다. 


(체크인 시 받은 패스트 트랙 입장권)


말레이시아항공 비즈니스클래스 탑승객은 입출국 시 패스트 트랙을 이용할 수 있다. 항공데이터 전문업체 OAG에 따르면 쿠알라룸푸르-싱가포르 구간이 전세계 항공노선 중 가장 붐비고,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은 싱가포르, 홍콩, 방콕 등과 함께 아시아의 대표적인 허브공항으로 꼽힌다. 공항 이용객이 많으니 입출국 심사줄을 기다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꽤 많은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뜻이다. 

▶전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노선은?


쿠알라룸푸르 공항은 출국 보안검색이 매우 간소하다. 당연히 겉옷을 벗고, 노트북이나 아이패드 등을 따로 빼놓고, 액세서리도 벗어 놓으려다 말았다. 모두가 아우터를 그대로 입은 채 가방에서 뭘 빼지도 않고 통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담당 직원 역시 가방만 올려놓으면 OK라는 태도였다. 공항이 아니라 쇼핑몰 수준의 검색이라 ‘이렇게 허술해서 안전을 담보할 수 있을까’ 우려되었는데, 기우였다. 이유는 차차 나올 예정!


■    말레이시아항공 골든 라운지

 


탑승동으로 향하려면 셔틀 트레인을 타야 한다. 라운지는 셔틀 트레인이 하차하는 위치에서 바로 2층으로 올라가면 된다.



비즈니스 및 퍼스트클래스 라운지의 이름은 ‘골든 라운지(Golden Lounge)’. 말레이시아도 석유국이라 그런지 동남아라기보다 중동 항공사의 느낌이 풍기는 외관이다. 


 

매우 세련된 프론트. 차분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에 직원들의 태도도 정중했다. 이 라운지가 2012년 5성급 항공사에 선정된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 아니었을까. 기내 서비스도 중요하지만 체크인부터 보딩을 기다리는 시간까지 탑승객에게는 모두 하나의 경험인 셈이다. 여기서 비즈니스클래스 라운지는 왼편, 퍼스트클래스 라운지는 오른편으로 입장하게 된다.


 


라운지 내부는 매우 넓고 좌석이 용도에 따라 구분되어 있다. 창가는 소파 좌석으로 전자기기 충전이나 독서 등을 하며 쉴 수 있게 되어있고, 안쪽 자리는 작은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어 식사를 하거나 담소를 나누기 좋다. 한 켠에 잠시 업무를 볼 수 있는 긴 테이블도 있다. 모든 자리에 콘센트와 USB 포트가 감동적일 정도로 잘 갖춰져 있다. 


    




음식은 샐러드부터 콜드파스타, 커리, 야채볶음, 볶음밥, 치킨요리, 과일, 디저트 등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고급스러운 입구부터 다양하게 차려진 음식까지 호텔 조식을 먹으러 왔나 착각하게 될 정도로 모든 것이 몹시 정성스러운 차림새다. 

 

 


잠시 눈을 붙일 수 있는 수면 공간과 무슬림을 위한 기도실, 간단한 샤워를 위한 샤워실도 구비했다. 골든 라운지보다 훨씬 화려하고 압도적이고 감탄을 자아내는 라운지들이야 전세계에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골든 라운지는 그보다 라운지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세련된 매너로 부족함 없이 제공하는 모습이었다. 


지난해 말레이시아항공은 스카이트랙스 선정 ‘세계 최고의 공항 서비스’ 랭킹 17위에 올랐다. 그다지 높지 않은 순위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시아나항공이 15위, 대한항공이 17위다. 인천공항은 매우 직관적인 설계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이지만, 국적기 탑승객들이 특별히 더 편안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거나 라운지가 뛰어난 편은 아니다. 그런 관점에서 쿠알라룸푸르공항은 말레이시아항공 탑승객이 가장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국적기 대우가 좋은 공항이라고 할 수 있겠다. 


■    보안검색 2번입니다


출국 보안검색이 허술했던 이유, 게이트에 다다라서야 알 수 있었다.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는 보딩 전 제대로 된 보안검색을 한 번 더 하도록 되어있다. 이때문에 게이트마다 보안검색대가 하나씩 설치되어 있었는데, 탑승객 입장에서는 불편한 처사다. 게이트 안에 들어오면 다시 나갈 수가 없어 일찍 보안검색을 마친 경우 게이트 안에서 그저 보딩이 시작되길 기다려야 한다.

 


게이트 앞은 문이 하나뿐이고, 탑승시간이 다가올 때까지 일반석과 비즈니스석의 라인을 나누지 않았다. 일반석과 섞여 들어가야 하는 건지 알 길이 없었는데, 따로 미리 줄을 서있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클래스 손님은 탑승해달라”는 방송을 하면 그때 입구로 가서 들어가는 식이었다. 


■    A330-300에 탑승하는 자, 왕좌를 차지하라.



말레이시아항공 A330-300은 총 290석으로, 비즈니스 27석, 이코노미 263석의 크지 않은 기종이다. 이날은 27개의 비즈니스 좌석 중 단 7석만이 채워졌다. 인천-쿠알라룸푸르는 A380으로도 운항했던 구간인데, 비즈니스 좌석이 66석에 달하는 A380에 단 7명의 탑승객만 있었다면 항공사 입장에서는 매우 절망적일 뻔했다. 


(출처: 말레이시아항공)


좌석 구조는 이렇다. 비즈니스 배열이 1-2-1이었다가 2-2-1이 됐다가 하는 진귀한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이런 식의 배치를 한 것일까? 이 특이한 구조에서 과연 어떤 좌석에 앉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까?



우선 시트를 찬찬히 뜯어보자. 이번에 예약한 좌석은 4K로, 1-2-1 배열의 줄에서 가장 오른편에 있는 좌석이다. 많은 항공 리뷰에서 말레이시아항공 A330-300의 가장 좋은 좌석을 1K, 4K, 6K로 꼽는데, 이 세 좌석만 가지고 있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양쪽 팔걸이가 무지하게 넓다. 마치 왕좌에 앉은 느낌이 든다고 해서 ‘Throne seat(왕좌 좌석)’이라고도 불린다. 

 


다른 좌석은 이렇게 팔을 올려놓는 부분이 매우 좁아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왕좌’ 쪽이 이것저것 올려놓을 수도 있고 확실히 더 나아 보인다. 창가 쪽에 마련된 공간이 얼마나 넓냐면,

 


시트 커버와 담요, 노트북, 보조 배터리, 고릴라 포드(삼각대), 물병, 아이폰 등 여러 가지 소지품을 올려놓아도 넉넉할 정도의 공간이다. 가지고 있는 것을 일단 모두 올려둔 다음 필요할 때 슥 가져다 쓰면 되겠다. 시트에 스토리지가 있더라도 매번 열고 닫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이 경우에는 옆에 그저 쌓아두면 되니 기내에서 업무를 보아야 하는 경우에는 매우 유용할 수 있다.


 

이 자리의 단점은 다리를 뻗을 수 있는 공간복도로 나가는 옆쪽 공간이 매우 협소하다는 것. 사진에서 알 수 있듯 발을 넣을 수 있는 공간이 좁은 편이다. 나는 혼자 앉았지만 내 앞은 두 명분의 좌석이기 때문인데, 이때문에 움직이거나 발을 뻗다가 앞좌석을 차기 매우 쉬운 구조다. 산만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시트를 젖히거나 복도로 나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앞좌석을 건드리게 될 수밖에 없다. 비즈니스클래스에 앉았는데 뒷사람이 자꾸 의도치 않게 좌석을 찬다면 얼마나 기가 찰지 상상해보자. 물론 이날은 27석 중 7석밖에 차지 않아 앞좌석에 아무도 없었다. 



복도 좌석은 이렇게 옆이 뚫려 있어 그나마 자유도가 높다. 



Throne seat는 복도 쪽이 반정도 막혀 있어 체구가 작은 사람도 ‘영차’하며 나가야 한다. 덩치가 큰 사람이라면 필연적으로 앞 좌석을 치며 나가게 된다. 

경험상 throne seat는 이런 사람에게 추천한다: 체구가 작으며 조심성이 있고 화장실에 잘 가지 않으며, 늘어놓고 써야하는 물건이 많은데 오버헤드빈에서 넣다 뺐다 하는 것이 번거로운 사람. 


■    기내식



시트를 이것저것 구경하고 있으려니 웰컴 드링크가 나왔다. 오는 편에서도 마셨던 와우 에마스(wau emas)로, 판단 향신료의 맛이 듬뿍 느껴진다.



다음으로는 말레이시아항공의 특색 있는 스타터 사테(satay). 올 때와 같이 소고기와 닭고기가 섞인 콤비네이션으로 달라고 했다. 땅콩소스는 조금 단 맛이라 조절하며 먹는 편이 좋다. 그다지 느끼하지는 않지만, 함께 주는 양파와 오이를 곁들여 먹으면 깔끔한 식감이다. 



에피타이저는 게살 레물라드와 프렌치 어니언 수프 중에 고를 수 있다. 게살 레물라드에는 망고 살사와 바질 마요네즈가 들어가 상큼하게 입맛을 돋군다. 



 

메인 메뉴는 셰프 온 콜을 통해 미리 예약한 대구 빠삐로뜨다. 잘 쪄진 대구와 키퍼럴 감자, 방울 토마토와 올리브의 맛이 조화롭다. 특히 넉넉하게 두른 페스토 오일이 맛을 한층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식사와 함께할 음료는 뉴질랜드 그로브 밀의 소비뇽 블랑으로 택했다. 말레이시아항공의 셰프 온 콜 서비스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인천-쿠알라룸푸르 구간 리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출처: 말레이시아항공)


셰프 온 콜 메뉴는 출발하는 도시에 따라 결정되는데, 쿠알라룸푸르가 말레이시아항공의 허브라 그런지 다른 도시에 비해 메인 메뉴의 퀄리티가 높다. 


이날 일반 기내식 메뉴 선택지로는 한식 비프 롤, 말레이시아식 치킨 바비큐인 아얌 퍼식(Ayam Percik), 중국식 찐 농어 요리, 겨자 링귀네가 있었다. 쿠알라룸푸르에 올 때도 느꼈지만 다양한 국적의 요리를 만나볼 수 있는 다이내믹한 메뉴들이 준비돼있다. 



디저트는 코코넛 리치 무스, 아이스크림, 제철과일 중 고를 수 있다. 인천에서 출발할 때는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이었는데, 이번에는 뉴질랜드의 자랑 카피티(Kapiti) 아이스크림을 서브했다. 무난하게 녹진한 초콜릿 아이스크림이다. 


비행 도중 간식으로 말레이시아항공의 자랑인 에그누들을 맛보는 것도 잊지 않을 것! 이번 비행에서는 라운지부터 끊임없이 사육되느라 도전할 용기를 내지 못했지만, 지난 번 발행된 인천 출발 리뷰에서 에그누들의 멋진 비주얼을 확인할 수 있다. 면 종류가 거북하다면 치킨 시저 랩도 준비되어 있으니 입맛대로 골라 먹으면 되겠다.

 

 

기내식을 먹었다면 좌석을 좀 더 편안하게 조절해보자. 좌석 조절 버튼은 매우 직관적인 디자인으로 터치식이다. A380 시트의 조잡한 좌석 조절 버튼과 비교하면 매우 발전된 형태다. 



풀 플랫으로 젖혀보았다. 예상했듯 가운데 부분이 상당히 좁아 꽉 끼인다. 이 글을 쓰는 사람이 160cm 정도의 키에 다소 왜소한 체격을 가졌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정도 공간은 너무하게 좁은 것이다. 꼼짝없이 갇힌 느낌이 ‘산채로 입관하면 이런 기분일까’ 상상하게 된다. 거의 허벅지까지 앞좌석 안으로 들어가므로 뒤척거리거나 옆으로 돌아눕거나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사람에게 추천한다: 숨막힐 정도로 두꺼운 이불을 덮어야 안정을 느끼며 미동없이 잠을 자는 사람


 


IFE 스크린은 A380과는 달리 터치 방식이지만, 컨트롤러는 여전히 버튼식이다. 영화, 드라마 등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 구성은 같았는데, 이 말은 게임이 없다는 뜻이다. 다만 다양한 최신 영화와 볼만한 한국 영화들이 꽤 포함되어 있다. 


■    총평


말레이시아항공의 인천-쿠알라룸푸르 구간은 이제 웬만하면 이 A330-300 기종으로 운항된다. A380은 하계 스케줄에서 물러났기 때문. A333에 설치된 시트가 A380보다는 신식이지만, 좌석간격도 너비도 좁아 메리트를 느끼기 어렵다. 


하지만 비즈니스클래스 탑승객이 많지 않은 노선인만큼 A380로 운항하는 것은 말레이시아항공으로서도 부담이다. A380 자체가 워낙 채워야 하는 좌석도 많고 연료효율이 높지 않아 항공사들이 기피하는 기종이기도 하고, 말레이시아항공도 A380을 퇴역시키고 싶어 하지만 사가는 곳이 없어 골칫덩이인 상태이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항공이 이번에 새로 도입한 A350-900을 인천-쿠알라룸푸르 노선에 투입하는 것을 기대해볼 수도 있겠지만, 신기종에도 1-2-1과 2-2-1 배열의 동행을 선택해버려 더 편안한 경험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좌석에서 느껴지는 편안함은 없었지만, 확실히 느낀 것은 말레이시아항공의 서비스 수준이 평가에 비해 절대 낮지 않다는 것이었다. 쾌적한 체크인부터 특급호텔 같은 라운지, 말레이시아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의 기내식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전반적으로 풍족한 서비스라는 인상을 받았다. 이런 수준의 항공사가 선호도가 낮아 폐업까지 고려하는 상황이라는 것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말레이시아항공이 오랜 위기를 딛고 새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기를 기원해본다.

에디터 아이콘 GRAY 에디터의 글 보러가기

: Recent Articles

: you will li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