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IGHT

[대한항공 ‘B787-9’] 오사카-인천 프레스티지석 탑승기 (KE722)

by 에디터 아이콘 TOFFEE 2019/05/30 4,584 views

여행을 참 좋아했다. 대학생 땐 방학 때 어디든 떠나고 싶은 마음에 과외와 알바를 하며 한 푼 두 푼 여행 경비를 모았다.

푼돈조차 아쉬운 대학생의 여행 경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항공권 가격이었다. 숙소와 현지 체류비는 어떻게든 아낄 방법이 있었지만, 항공권은 그렇지 않았다. 지금에 와서야 가히 LCC 전성 시대지만 그때는 LCC 루트가 지금만큼 다양하지 않았던 탓에 항공권 가격이 더더욱 부담스러웠다.



결국 최대한 싼 티켓을 고르다 보니 여행을 떠날 땐 저비용항공사와 외항사 경유편이 일상이었다. 인천공항에 가면 늘 셔틀 트레인을 타고 탑승동으로 가야만 나의 비행기를 탈 수가 있었다.

* 일반적으로 저비용 항공사와 마이너 항공사가 탑승동을 이용한다.


그래서 대한항공은 마치 하나의 로망이었다. 대한항공 땅콩이 그렇게 맛있다던데, 대한항공 승무원들이 그렇게 친절하다던데……. 타보지 못해서 확인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카더라’ 때문에 로망은 더욱 커져 갔다.



Intro 1 : 대한항공, 한국의 플래그 캐리어



우아하게 하늘로 솟은 하늘색 스카프가 인상적인 대한민국의 플래그 캐리어, 대한항공. 

안타깝게도 내 로망을 실현하기도 전에 땅콩 서비스는 종료되었다는 슬픈 소식. 하지만 고작 땅콩의 유무로 실망하기엔 대한항공의 매력은 무궁무진하다. 

 

(출처: 대한항공 공식 홈페이지)


대한항공은 19개 항공사가 소속된 스카이팀의 회원사다. 스카이팀에는 최근 대한항공과 조인트벤처를 맺은 델타항공을 비롯해 중화항공 등이 포함되어 있다. 참고로 지난 주 같은 스카이팀 소속 항공사인 중화항공의 최신기종 A359 비즈니스석 리뷰가 나왔으니 비교하면서 보면 더욱 극명하게 두 항공사의 시그니처 비즈니스 클래스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중화항공 A350-900 오사카-타이베이 비즈니스석 후기

 

(출처: 대한항공 공식 홈페이지)


2019년 5월말 기준으로 168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국내 13개 도시를 포함해 전세계 44개국 124개 도시를 오가고 있다. (즉, 국제선 43개국 111개 도시) 한국에서 직항으로 여러 나라를 갈 수 있는 데에는 대한항공의 다양한 노선이 한 몫하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출처: 대한항공 공식 홈페이지)


한편, 2018년 기준으로 대한항공의 전세계 항공사 순위는 33위이다. 2017년 34위에서 한 단계 상승한 것.

대한항공의 라이벌인 아시아나항공은 24위를 기록했다. 2017년 순위인 20에서 4계단 떨어지며 대한항공과의 차이가 좁혀 졌다. 올해 순위는 6월 파리 에어쇼에서 발표될 예정인데, 우리나라의 국적기 간의 차이가 올해 더욱 좁혀질지 관심있게 지켜볼 일이다.



Intro 2 : 대한항공의 최신기종, B787-9




대한항공은 보잉 사랑이 지극한 항공사 중 하나인데, 전체 168대의 항공기 중 무려 119대가 보잉사의 모델이다. 게다가 이번에 탑승할 B787-9는 대한항공의 모든 기체 중 가장 최신기이자 대한항공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기종이기도 하다. 대한항공이 이 기종을 2017년 2월에 국내 첫 도입했기 때문!

 

(신형 프레스티지석 ‘프레스티지 스위트’)


현재 대한항공은 B789 전체 주문량 10대를 모두 인도 받아 총 10대를 다양한 노선에서 운용 중이다. B789에 대해 주목해야 할 점은 하나 더 있다. 전 기체에 대한항공의 신형 비즈니스 시트인 프레스티지 스위트가 탑재돼 있다는 점. 다른 기종은 신형 좌석이 아니거나, 혹은 구형 좌석과 혼재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승객입장에선 기종을 선택할 수만 있다면 무조건 B787-9를 고르는 게 이익이다.



Check-in


 



3일간의 출장을 끝내고 인천으로 돌아가는 길. 간사이 국제공항의 대한항공 카운터에 가면 일등석, 프레스티지석 승객을 대상으로 한 Sky Priority 입장 라인이 따로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아래 사진처럼 일등석과 프레스티지석 승객도 따로 줄을 서게 만들어 뒀으나 내가 수속을 진행한 시점엔 워낙 사람이 없어서 어디로 서든 무관했다. 

 


탑승 수속을 마치고 신난 인증샷. 하지만 너무 신난 나머지 여기서 대참사가 벌어지고 만다.

대한항공은 오사카 간사이 국제공항에 직영 라운지인 KAL라운지를 운영 중이며, 대한항공의 프레스티지석을 이용할 시엔 이 직영 라운지를 이용하게 된다. 그러나, 이 라운지가 면세구역이 아닌 일반구역에 있을 줄이야!

기억을 더듬어보니 분명 발권할 때 라운지 위치에 대해서 설명을 들은 것 같은데, ‘당연히 면세 구역에 있겠지’하며 흘려 들은 게 화근이었다. ★여러분은 꼭, 간사이공항 KAL 라운지가 일반구역(보안검색 및 출국 수속 하기 전)에 있다는 점을 필히, 반드시 염두에 두십시오!!★



On-Board




왜 이번 출장에선 기체 사진 찍기가 이렇게 힘든지. 매번 항공기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게이트를 배정받아 B787-9의 모습를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탑승 비행편 간단 요약]

- 비행 편명: KE722 (오사카-인천)

- 비행 시간: 09:30~11:20 (1시간 50분)

- 항공 기종: B787-9

- 운임 가격: 717,900원 (왕복 운임)

- 예약 등급: I (적립률 125%), 총 656 마일리지 적립

- 라운지: 간사이 국제공항 KAL 라운지 (일반구역 內 위치)

 


대한항공의 경우 직원의 도움이 필요한 승객이 최우선 탑승 대상이다. 대부분의 항공사가 그렇기는 하지만 노약자에 대한 우대를 타 항공사보다 훨씬 강하게 해준다는 걸 느꼈다. 승무원들이 일일이 돌아다니며 노약자를 체크하고 살뜰히 챙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직원의 도움이 필요한 승객의 탑승이 끝나면 일등석 및 프레스티지석 승객을 비롯한 SkyPriority 승객의 탑승이 이뤄진다.

 


후에 발행될 대한항공 B777-300ER 프레스티지석과 같은 형태의 시트지만 좌석 개수에서 차이가 많다. B787-9에는 프레스티지석이 총 18석 탑재되어 있으나 B777-300ER에는 프레스티지석이 총 42석으로 2배 이상 많이 장착돼 있다. 따라서 B787-9의 프레스티지석은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고작 3줄로 끝이다.

 


프레스티지석 배열은 2-2-2로 중앙 2석은 나란히, 창가 2석은 엇갈려 배치되어 있다.

마지막 줄에 자리를 잡았더니 3줄로 배열된 시트가 한 눈에 들어온다. 프레스티지석 앞으로는 일등석이 자리잡고 있다.

  

(출처: 대한항공 공식 홈페이지)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일등석과 프레스티지석의 차이다. 좌석 간 간격이나 좌석 너비가 모두 동일함을 알 수 있다. 물론 기내 서비스나 수하물, 기내식 등에서 차이가 발생하겠지만 좌석 스펙만 놓고 보면 굳이 일등석을 선택해야 할 이유가 없다. 


그 이유는 B787-9에 설치된 일등석 시트가 ‘슬리퍼’ 타입이기 때문. 대한항공은 총 4가지 타입의 일등석(코스모 스위트 2.0, 코스모 스위트, 코스모 슬리퍼, 슬리퍼)을 보유 중인데 슬리퍼가 가장 비즈니스석과 유사한 일등석이다. 하지만 가격은 프레스티지석에 비해 2배가량 비싸다. 때문에 B787-9 기종에서는 더더욱 일등석을 선택할 필요가 없는 것.

 


내가 선택한 9E 좌석. 프레스티지석 가장 뒷줄의 중앙 2석 중 하나다. 위에 정리했듯 좌석 간 간격은 190cm, 너비는 53cm로 굉장히 널찍하다. 

 


요 근래 자주 볼 수 있는 리버스 헤링본 타입의 비즈니스석과 차이점이 있다면 널찍한 공간이 한 눈에 보인다는 것. 그도 그럴 것이, 리버스 헤링본 타입의 비즈니스석은 다리를 앞 좌석 밑으로 뻗어야 하는 구조지만 이러한 구조에선 시트별 구획이 딱딱 분리되어 있어 답답한 느낌이 훨씬 덜하다.

 



창가 쪽 시트는 중앙 시트와는 달리 엇갈려 배치되어 있다. 전 좌석에서 바로 통로로 진입할 수 있는 구조를 위해서다. 따라서 일행과 동승할 경우엔 창가 자리보단 중앙 시트를 추천한다. (물론 상사와 동승할 땐... 아시죠?)

  


탑승 시 가장 먼저 나눠주는 따뜻한 물수건과 웰컴 드링크. 단거리라 샴페인은 준비되지 않았다고 했다.

 


승객이 탑승 예정인 시트에는 이렇게 작은 베개와 담요가 놓여 있다. 단거리라 이불이 아닌 게 아쉽지만 사실 1시간 30분가량의 비행에서 잘 것도 아닌데 담요 정도가 적당하긴 하다.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과 슬리퍼도 시트 한쪽 수납 공간에서 찾을 수 있는데 슬리퍼가 딱 봐도 고급스럽다. 탄탄하고 폭신하고 적당히 두꺼운, 말 그대로 고퀄 슬리퍼다.

 


시트 손잡이 쪽엔 이렇게 시트 각도를 비롯해 칸막이, 독서등을 조절할 수 있는 컨트롤러가 있다. 좌석은 원 터치 버튼으로 원하는 시트 형태로도 만들 수 있으며 부분 별 세부 조절도 가능하다. 칸막이 역시 원하는 만큼 올렸다 내릴 수 있다. 칸막이는 완전히 올릴 시 좌석에서 일어나서 보지 않는 한 옆 사람이 안보일 정도로 높다. 

 


독서등은 개인 눈높이에 맞게 각도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풀 플랫 상태의 모습. 리버스 헤링본 타입 좌석은 다리를 앞 좌석 밑으로 뻗는 구조라 뒤척이기엔 다소 불편한 감이 있는데 대한항공 B789는 어떤 자세를 취해도 불편하지 않다. 장거리 비행일수록 엄청난 장점이 될 듯.

  


콘센트는 스크린 하단에 있으며 USB포트는 좌석 구석, 그러니까 정말 열심히 찾아야 겨우 찾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사실 나 역시 USB포트가 없는 줄 알았다가 우연히 찾아서 황당했다. 대체 여기에 USB포트를 왜… 발견하기도 힘들고 USB를 연결하기도 힘든 위치다.

 


사실 이번에 탑승한 대한항공 B787-9는 친절한 서비스에 비해 몇 가지 아쉬운 점이 남는다. 일단 황당한 USB포트 위치도 그렇지만, 수납공간이 없다시피 한다. 앞에 보이는 받침대 위아래가 거의 모든 수납 공간이다. 슬리퍼와 헤드폰이 꽂혀 있던 곳도 나름 수납 공간처럼 생기긴 했지만 워낙 좁고 깊어서 편하게 사용하기엔 아주 큰 무리가 있다.

* 참고: 가장 창가 쪽 좌석에는 스크린 하단에 수납공간이 있다.  


게다가 기내 엔터테인먼트… 일단 앞에 보이는 개인스크린은 23인치 LCD 모니터라 화면 자체는 널찍하다.

 


스크린 컨트롤러는 좌석 옆에서 뽑아 쓸 수 있는데 3.7인치 터치스크린으로 메인 모니터와는 별개로 다른 기능을 사용하는 멀티 태스킹이 가능하다. 

 


문제는 국적기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영화 구비 개수가 너무 적다는 거다. 내가 탑승한 게 단거리노선이라서 이런 것인가 싶을 정도로 적었다. 물론, 모든 외화에 한국어 서비스가 탑재되어 있긴 하지만 외항사들이 자국 영화 라인업을 탄탄하게 구비하고 있다는 점과 상반된다. 한국영화 4편이라니, 외항사인 중화항공이 3시간 정도의 노선에서 5~6편의 한국영화를 제공하는 것과도 비교되는 수준이다.



◆ In-flight Meal


 


아침 기내식은 단출하다. 

 


오사카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아침 비행의 경우, 연어구이와 오믈렛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사실 배가 안 고파서 오믈렛을 시킬까 했지만 갈 때 오믈렛을 먹어서 연어구이로 주문했다.

 


일식 유안 소스의 연어구이와 밥, 오믈렛, 야채. 유안소스가 뭔가 해서 찾아보니 간장에 술, 미림, 유자, 초귤 등을 넣어 만든 일본 소스라고 한다. 맛이 강한 소스는 아니라서 전반적으로 연어의 풍미를 잘 느낄 수 있는 디쉬였다. 아, 메인보단 크로아상이 정말 맛있었다. 



후식으로 나온 계절 과일. 아침이라 식사는 간단하게 마무리된다.



Lavatory


 


기내 화장실 역시 비좁은 편이지만 중화항공과는 다르게 일회용품 어메니티가 몇 가지 놓여 있는 점에서 세심한 인상을 받았다.

 


칫솔, 치약, 가글, 면도기가 준비돼 있다. 핸드크림은 쥴리크 제품.

  


변기 옆에는 기저귀 갈이대와 함께 전신 거울도 설치돼 있다. 



Summary: 환상 속의 그대



첫사랑은 재회하면 안되는 존재다. 

이유야 뭐, 환상 속에서 미화된 존재의 실체를 두 눈으로 목격하게 되면 실망감에 질식할 수 있어서...? 

내 머리 속에서 무럭무럭 양분을 먹고 자라난 대한항공은 어쩌면 내게, 환상 속의 그대였을지 모른다.

 


승객 입장에서 대한항공은 정말 좋은 항공사다. 더할 나위 없이 친절한 승무원들과 쾌적한 기재, 널찍한 시트. 다만, 나의 로망이 문제였다.

완벽한 수트를 차려 입고 나타난 첫사랑이 예상치 못하게 엄청 하이톤의 목소리로 ‘안녕’이라는 인사를 건넬 때의 당혹감, ‘나 요즘은 이런 일해’하며 건넨 명함이 구깃구깃 구겨져 있을 때의 아쉬움.

내가 이번 비행에서 느꼈던 아쉬움은 어쩌면 이렇게 마이너한 요소들이었을지도 모른다. 빈약한 기내엔터테인먼트, 부족한 수납공간 등은 누군가에겐 비행 총점을 매기는데 미미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일 수 있다.

 


다만 완벽할 것이라고 지레 짐작한 내 손에 쥐어 진 것이 끄트머리가 약간 구겨진 명함이라 아쉬웠을 뿐이다. 역시, 로망이란 위험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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