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서울] 보안스테이: 구. 보안여관 (Boan stay 1942: 33호실)

by 에디터 아이콘 MINT 2019/10/11 1,521 views

#prologue 여관이다’


수습 에디터로 처음 출장을 가게 된 곳은 호텔도, 리조트도 게스트하우스도 아니다. 1930년대(추정)태생 (구)보안여관, ‘보안스테이: Boan Stay’다.


‘특급 호텔만 가던 프고가 무슨 일이지?’ 의문이 생길 수도 있으나, 프고 사전에 ‘이유없는 리뷰’는 없다. 


 (출처: 보안1942 홈페이지)


보안여관은 1930년대부터 그러니까 일제강점기 때부터 2004년까지 쭉 운영되어 온 숙박업소다. 


당대 지식인들과 세상사에 골머리를 앓던 청춘들의 ‘문화 살롱’이었으며 서정주 시인이 동인지를 창간한 곳이다. 그뿐인가 <오감도>로 유명한 이상 시인과 이중섭 화가가 문지방이 닳도록 넘나들던 곳이 보안여관이다. (보안스테이는 보안여관의 현대 버전인 셈)


“1936년 가을 함형수와 나는 둘이 같이 통의동 보안여관이라는 데에 기거하면서 김동리, 김달진, 오장환들과 함께, ‘시인부락’이라는 한 시의 동인지를 꾸며내게 되었다.”

미당 서정주ㅡ 천지유정의 한 대목


(출처: 보안1942 홈페이지|좌측이 신관, 우측이 옛 보안여관이다)


보안여관 건물이 낙후되어 숙박업소로 구실을 할 수 없게 될 지경에 이르자 80여 년의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고자 ‘보안1942’라는 문화복합공간이 탄생하게 됐다. 보안1942는 숙박시설인 ‘보안스테이’, ‘보안책방’, ‘보안클럽’, ‘33cafe(잔술집)’ 그리고 보안여관(안전상의 이유로 현재는 전시 공간으로만 사용)으로 이뤄져 있다.  


읽고, 자고, 먹고, 보고, 걷고, 다 할 수 있는 곳, 보안스테이는 그 공간 자체가 ‘콘텐츠’다. 



#1 보안스테이 지금 만나러 갑니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3층 코너룸, 다이렉트 영추문(경복궁 서쪽 문)뷰인 33호실을 예약했다. 


공식 홈페이지에 명시된 금액은 90,000원, 그러나 결론적으로 숙박료로 108,481원을 결제하게 됐다. 


1.    보안1942 홈페이지에서는 카드 결제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고 계좌 이체만 가능하다. 

*카드 결제를 원한다면 에어비앤비 사이트를 이용해야 한다. 


2.    에어비앤비 통화 설정이 원화로 되어있을 경우 기존 숙박료에 10%가량이 더 결제된다. 

*에어비앤비 결제 통화를 미리 확인할 것! 달러로 설정해야 결제 시 추가 환전 수수료가 붙지 않는다.


|Check point

-보안스테이는 객실이 총 6개지만 욕실은 총 4개뿐이다. 31, 32, 33호실은 공용욕실을 사용한다. 

-대부분의 룸이 영추문(경복궁 서쪽 문)뷰지만 34호실은 인왕산 뷰다. (34호실에 개인 욕실이 달려있어도 숙박료가 저렴한 이유)

-예약하는 과정이 번거롭다. 에어비앤비 혹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예약이 가능하다. 



#2 문화살롱 ‘보안스테이’ 입성기 


서촌(경복궁 서쪽 마을)에 위치한 보안스테이. 이상 시인이 <오감도>에서 묘사한 골목이 통의동이라고 한다. 보안스테이는 경복궁역 3번 출구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다. 에디터는 을지로 입구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서촌에 들어서니 가을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은행 냄새가 구수했다.)


보안여관과 옆에 있는 건물까지 통틀어서 ‘보안1942’다. 보안스테이는 신관 3-4층에있다. 


30년대 가난한 예술가들의 아지트. 


배를 곯으며 글을 쓰고, 깡 술 한잔에 고단함을 풀어내던 그들에게 보안여관은 유일한 쉼터이자 일터였다. 여관 차원에서 숙박객의 개인 우편까지 받아주었다고 하니 현대 코워킹 플레이스와 비슷한 공간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이때까지만 해도 보안여관 전시 갤러리를 볼 생각에 들떴었다. 0.7초 후 닥칠 미래는 상상도 못 한 채


 (?)


10월 중순에 있을 새로운 전시 준비로 보안여관은 일시 휴관한 상태였다. 


|Check point

홈페이지상에는 보안여관 갤러리가 문을 닫는다는 공지사항은 없었다. 심지어 취재(10월 1일)를 끝내고 돌아와서도 확인했지만 휴관 공지는 없었다. *전시를 보고 싶다면 유선으로 문의할 것


 (출처: 보안1942 인스타그램|보안여관 내부 전시 모습)


보안여관 내부의 옛 모습 그대로 보존한 상태로 전시장을 꾸민다고 한다.


 보안스테이 입구는 신관 왼편에 있다. 3층 객실까지는 엘리베이터로 이동했다. 

 

엘리베이터에도 작품이 걸려있다.


3층엔 총 4개 객실이 있다. 31, 32, 33호실은 왼편에, 34호실은 오른편에 있다.  


(3층 공용 공간)


 


 서촌이라는 걸 상기해주는 기와 지붕 


(모기 퇴치 스프레이)


여관틱한 물품들, 호텔이라고 생각하면 ‘이게 뭐지?’ 싶지만 ‘80여 년간 청춘의 쉼터였던 곳이니까’하고 낭만에 살짝 취하면 오히려 모기 스프레이마저 독특한 소품처럼 느껴진다. 


 

공용 공간 벽에 걸려있던 작품. 나뭇잎, 벗겨진 페인트 조각 등 길 거리 잔해들로 만든 작품이라고 한다. 


낭만에 젖었던 에디터는 ‘지속가능한 개발, 상생하는 생활 예술이 눈앞에 있구나!’ 하고 살짝 감탄했었다.  



#3 객실‘조선 임금님과 어깨를 나란히, 경복궁이 이웃사촌’


 영추문 다이렉트 뷰, 33호실에 도착했습니다.


(방은 작다.) 


 침대는 평범한 퀸사이즈 베드에 하얀 침구, 매트리스는 보통 수준으로 숙면까지는 아니어도 수면하는데 방해되지 않을 정도다. 


(침대 왼편 창가에 놓인 독립 잡지)


벽면에는 의자와 테이블, 작은 냉장고가 있다.


 커피 캡슐과 1층 33cafe와 2층 보안 책방에서 사용할 수 있는 쿠폰도 선물 받았다. 


 선물처럼 보이는 이 꾸러미는 사실 ‘조식 세트’다. 체크인 당일 오전에 시범 판매 중인 조식 세트를 이용하겠냐는 문자를 받았다. 5천 원짜리 꾸러미 안에는 식빵 4쪽, 포션 잼과 버터, 잼 나이프가 들어있다. 공용 라운지에서 셀프로 토스터에 구워 먹는 시스템이다. 

 

 냉장고엔 시원한 삼다수 2병,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생수 브랜드다.


 옷장은 따로 없다. 벽에 걸어 두면 된다. 


 

 경복궁은 누워도 보이고 앉아도 보이니 각자 취향 따라 뷰를 마음껏 즐기면 된다.


 고즈넉하고 소담하다. 화려하지 않아서 오래 보고 싶은 장면.


"임금을 이웃으로 두었던 보안여관 옛 주인의 혜안이 대단하다 싶다. 이런 명당을…!"



공용 욕실


 욕실에 작은 파우더 룸이 달렸지만 문제는 잠금장치가 없다. 중요한 물건을 두거나 옷을 갈아입을 수 없는 공간.


 면봉과 화장솜이 어메니티다. 


화장대 서랍 안에는 33cafe, 보안책방 쿠폰이 있다. 그냥 종이 재질이라 젖은 손으로 만지면 찢어진다.


 

 

욕실은 완전 한국식 욕실로, 100% 습식이다. 슬리퍼를 신지 않으면 양말이 다 젖는다. 외국 투숙객은 살짝 놀랄지도 모른다. (욕실에는 잠금장치가 있다.)


세면대가 매우 길쭉하게 생겼다. 양치할 때 조금 애매했다. 


샤워 공간은 샤워 커튼으로 분리된다.


일반 샤워기다. 해바라기 수전이 아니다.


쿤달 샴푸, 트리트먼트, 바디워시 모두 베이비 파우더 향이다. 거품도 향도 보통 수준이다. 


그냥 보통 가정 욕실 혹은 투룸 자취방 욕실 수준, 하수구 냄새는 나지 않고 수압이나 뜨거운 물도 잘 나와서 씻는 데 불편하지 않았다. 



#4 부대시설, 보안스테이 ‘문화공간’ 이라면서요?


보안스테이의 꽃은 부대시설=문화 향유 공간이다. 보안스테이를 머무는 투숙객을 위한 추천 코스가 따로 나와 있을 정도다. 


* 보안여관> 보안책방> 보안전시관>보안클럽> 33cafe 순



보안여관, 전시 공간


  

문이 닫힌 줄 알면서도 아쉬운 마음에 보안여관을 다시 찾았다. 내딛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보안책방, 2층


 (창가 앞에 앉아있는 연두)


보안의 보안견 ‘연두’가 2층 책방을 지키고 있다. 저 녀석 자리가 최고 명당이다. 


 


달마다 주제를 정해 책을 함께 읽고 자기 생각을 나누기도 하고, 작가를 초청해 북 토크도 진행한다고 한다. 신예 작가들의 책도 읽을 수 있고, 구매도 할 수 있는 귀한 공간이다. 


 책 구경하다가 눈에 들어온 브로치, 사람 얼굴 모양인데 제각기 표정도, 머리도 달랐다. 


운 좋게도 공예품을 만든 작가님을 만날 수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빠르게 스케치해서 만든 브로치라고 한다. (어쩌면 내가 아는 얼굴이 있지 않을까?)

 


보안 Exhibition place, 지하 1층


김범준 작가의 ‘모산모산’, 큰 주제는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나 가난한 그림쟁이인 작가 본인이 어머니에게 하고 싶었던 말들을 풀어냈다고 한다. 


 

 짧은 영상도 있었다. 너무 솔직해서 웃기고, 웃겨서 씁쓸한 이야기


|Check list

-보안여관, 지하 1층 Exhibition place 전시 공간 모두 입장료가 따로 없다. 주기적으로 전시 주제가 바뀌기 때문에 홈페이지를 참고하거나 유선으로 문의한 뒤 각자 취향에 맞는 전시를 보러 가면 된다. 



보안클럽, 지하 2층


 (출처: 보안1942 공식 홈페이지|보안클럽)


클럽이 있다고? 흥겨운 리듬과 번뜩이는 조명에 몸을 맡겨봐야 문화를 몸으로 즐겼다고 말할 수 있지, 그렇고 말고’ 


맨 처음 ‘보안클럽’ 네 글자를 보고 나는 상상의 나래를 펼쳤었다. 입가에 번지는 미소를 숨기지 않았건만, 그 클럽이 아니었다. Book club이었다. 


(지하 2층, 보안클럽 가는 길)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했다. 옛말 틀린 게 하나 없다. 문이 닫혀 있길래 2층 책방에 문의해보니 전시 준비 중이라고. 


‘신에게는 아직 4층 테라스와 1층 33cafe가 남아있습니다’



4층 공용 라운지, 테라스 


공용 라운지… 좁고 더웠고, 관리가 안 되어있다. 커피 머신, 토스터, 냉장고와 조리 도구가 있는 그냥 주방이다. 


 (출처: 보안1942 홈페이지|테라스)


테라스는 그래도 낫겠지 싶었으나… 


테라스엔 골목 어귀에 있을 것만 같은 평상뿐. 다행히 평상(?)에 사포질이 잘 되어있어서 깔개 없이 앉을 순 있었다.


 (한옥은 잘 보인다)



33cafe, 1층


33Cafe는 오전에는 카페, 오후 7시부터는 잔술집으로 운영된다고 하기에 시간에 맞춰 내려왔다. (취재를 열심히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혼자만의 사투였다.)


(카페 메뉴)

 

(숨어있는 저녁 간판)

 

 

(야외 공간)


낮에도 손님이 꽤 많았는데 밤이 되니 만석이 되어버렸다. 추가 촬영이 어려워 낮에 찍은 사진으로 내부 공간 소개!


처음 맛보는 맥주다. 강릉 버드나무 브루어리 태생



#epilogue, 한 번쯤 낭만 나그네가 되어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공간


보안스테이는 자신을 ‘컬처 노마드’를 위한 쉼터라고 소개한다. 우리말로 풀이해보면 ‘문화를 사랑하는 떠돌이를 위한 쉼터’ 정도가 아닐까?


보안1942는 낭만에 빠지기 좋은 공간이다. 먹고, 자고, 감상하고, 즐기며 함께 나누고 채울 수 있는 공간이다. 때를 잘 맞춘다면 한 자리에서 전시회 관람부터 북 토크, 음악 공연까지 무료로 즐길 수 있으니 매력적인 공간이다. (장기 숙박은 여러모로 무리 일 듯싶지만)


일상에 치이다 요즘 말로 인생 노잼 시기가 와버려서, 그만 넷플릭스(!)마저 시시해졌다면 보안스테이에 하루쯤 묵으며 낭만 지수를 채우는 건 어떨까. 


서늘한 가을바람에 가슴이 뛴다면, 뜨거운 가슴으로 자신의 길을 꿋꿋이 걸어가는 젊은 예술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이곳에서 하룻밤 보내길 추천한다. 젊은 작가들에게도, 그리고 잠시 머물다 가는 사람들에게도 서로 위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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