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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플로라 호텔 신신 : 스탠다드 더블룸 (Floral Hotel Shinshin : Standard Double room)

by 에디터 아이콘 송송이 2018/12/11 1,846 views

도대체 힙하다는 게 뭘까. 


을지로 근방에서 일할 때, 그 일대가 ‘힙’해지고 있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사람들은 을지로 골목골목에 우후죽순 생겨나는 간판 없는 카페와 술집들을 가리켜 힙하다고 했다. 무슨 공식이라도 따른 듯 비밀스럽게 문을 여는 가게들은 생기는 즉시 문전성시를 이뤘다. 힙스터들이 사랑하는 그 공식, 도대체 뭐냐고요.

을지로 옆동네 북창동에 위치한 신신호텔을 방문했을 때 알 수 있었다. 뜨는 동네 을지로와 신신호텔은, 세 가지 공식을 공유하고 있었다.


1.숨겨진 이야기가 있을 것.


중구 근방(명동, 충무로, 을지로)에서 6년을 생활했지만, 신신호텔이라는 이름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하지만 웬걸, 이곳의 역사는 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신호텔은 1964년 대한민국 최초의 핀란드식 사우나가 있던 ‘신신사우나호텔’을 모태로 한다. 



한때는 거물 정치인들의 발걸음이 향했던 호텔이지만, 명동에 화려한 체인호텔들이 생겨나면서 잊힌 이름이 됐다. 그러다 2013년, 김화영 대표가 인재들을 데려와 감각 있게 재단장했다. 


 

체크인카운터가 있는 지하로 내려가기 전에 보이는 이 노랑노랑한 종이배 조형물도 그때 만들어졌다. 시그니처 컬러인 그레이&옐로우로 빚어낸 디자인적 요소들이 호텔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지하에 위치한 프론트)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했지만, 신신호텔은 과거의 영광을 잊지 않고 그 시절의 태도를 유지하려 한다. 정중한 체크인 데스크와 프론트 옆에 대기하며 엘리베이터까지 안내해주는 직원만 봐도 알 수 있다. 오래된 건물의 작은 호텔치고는 조금 황송한 서비스로 몸 둘 바를 모르게 된다.


(커피와 차가 준비된 로비)


서울에 있는 호텔들을 다 헤아리자면 끝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신신호텔처럼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는 호텔은 손에 꼽는다. 하룻밤 묵고 나서 친구들에게 “으음 이번에 내가 갔던 호텔은 있잖아 예전에는…” 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는 것. 을지로의 가게들이 ‘사장이 예전에 유명한 광고기획자였는데 그만두고…’ 같은 뒷이야기를 하나씩 가진 것과 상통한다.


2. 많은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을 것.


신신호텔의 객실 수는 75개에 불과하다. 바로 옆에 위치한 더 스프라지르 호텔의 객실이 430개에 달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정말 적은 수다. 


 (한 층에 세 개뿐인 객실)


을지로의 입소문 난 가게들이 떠오르는 부분이다. 허름한 건물을 엘리베이터도 없이 올라가고 보면 언제나 자리가 없다고 한다. ‘서너 테이블 가지고 어떻게 장사를?’ 싶지만 그게 그 사람들의 여력인 거다. 




해가 지고 객실에 들어선다면 서울시내의 빛 무리를 눈에 담을 수 있다. 호젓한 한국은행 본관과 신세계백화점이 내려다보인다. 



커다란 트리를 세워둔 신세계백화점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건물 사방으로 뿜어내고 있다.



스탠다드 더블룸으로 예약한 객실은 좁고 낡았다. 특이하게도 객실 바닥이 온돌이라 발에 닿는 따끈함 덕에 포근한 기분이 든다. 

객실은 작지만 침대는 큰 편이고, 심플한 조명에 주변에 거슬릴 만한 물건들이 없어 답답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분리된 화장실과 샤워실이 있고, 세면대는 밖에 따로 있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왼편에 위치한 세면대 옆에는 전등 스위치와 온도조절 터치패드가 있다. 침대맡에는 따로 스위치가 없기 때문에 불을 끄려면 현관문 옆까지 와서(…) 끄고 침대로 돌아가야 한다. 


 

세면대 아래 바스켓에는 수건과 드라이기, 어메니티 파우치가 들어있다. 역시 그레이&옐로우로 맞춘 아기자기한 파우치는 신신호텔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석구석 표현하려 고민한 결과로 보인다.



어메니티는 샴푸, 컨디셔너, 바디워시, 바디로션의 아주 기본적인 구성으로, 덴탈키트가 구비되지 않아 개인 칫솔치약을 챙겨와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투숙객들이 불평도 하기 전에 귀여운 파우치에 마음을 뺏길 것이다. 



옷걸이에는 가운 두 개가 나란히 걸려있다. 역시 옐로우 스트라이프와 그레이 컬러로 멋을 냈다. ‘신신’이라는 글자와 옐로우 컬러가 만나니 이곳을 떠올릴 때 오래된 건물이나 좁은 객실보다는 톡톡 튀고 감각적인 이미지가 먼저 기억에 남는다. 


 (창가에 길게 놓여진 데스크)


 (티포트와 컵, 물과 리모컨)


스탠다드 더블룸을 조식 포함 10만 원에 결제했는데, 서울에서 이것보다 저렴한 가격에 더 좋은 컨디션의 호텔을 찾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객실이 적어 가격 유지는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재개장할 때 객실 수를 늘려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렇지만, 신신호텔의 적은 객실은 양질의 서비스를 위한 조건이다. 


 

 

의외로 그 서비스는 조식당인 다인홀에서 빛이 났다. 상냥하고 친근한 태도가 몸에 밴 직원이 자리까지 커피나 차를 가져다주고, 자리가 춥지는 않은지 더 필요한 것이 있는지 사려 깊게 묻는다.



조식은 샐러드와 과일, 빵과 달걀요리, 볶음밥, 소시지, 햄, 베이컨 등의 소박한 차림이다. 호텔이라기보다 호스텔이나 게스트하우스의 느낌이 강하다. 그럼에도 기분 좋은 식사를 할 수 있던 이유는 잘 떠지지 않는 그래놀라를 대신 퍼주고, 잼은 모두 핸드메이드라는 사실을 귀띔하며 정성 들인 음식에 자부심 넘치는 직원 덕분이다. 

투숙객이 많은 호텔이었다면, 이렇게 세심하고 프렌들리한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었을까 싶다. 


(신신호텔 앞 신세계백화점과 한국은행본관)


북적대는 명동의 인파를 헤치고 또 정신없는 호텔 로비로 들어가기란 그다지 유쾌한 일은 아닐 터. 스타벅스를 두고 골목에 숨은 ‘나만 아는 카페’를 전전하는 을지로 힙스터들과 내로라하는 커다란 체인호텔이 도처에 널린 명동에서 굳이 신신호텔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3. 신념을 고집할 것


체인호텔만의 강점이 있다. 체계가 있어 혼란스러울 일 없고 여기나 저기나 같은 매뉴얼을 사용하기에 익숙한 고객들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특별함이 필요하다. 객실에 덴탈키트가 없어 칫솔치약을 따로 챙겨와야 하며 침대맡에 전등 스위치가 없어 불을 끄러 현관까지 다시 와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신신호텔에 올 만한 특별함. 수많은 브랜드 호텔 사이 로컬 독립호텔로서 꿋꿋하게 버티고 있다는 점. 



거기에 그들의 역사와 자부심이 더해져 2016년 트립어드바이저 국내호텔 1위라는 쾌거를 이뤄 냈을 것이다(무려 국내 모든 특급호텔을 제치고). 

정해진 시간 없이 주인장 마음대로 문을 여닫고 매일 메뉴를 바꾸는 가게들이 을지로에서 ‘핫’한 건, 제멋대로 해도 그곳은 거기 한곳뿐이기 때문이니까. 


하지만…사실 신신호텔은 올해 7월부로 체인호텔이 되었다(…) 

중국 뤼위에그룹의 플로라 호텔 체인 산하로 들어간 것. 이름이 ‘신신호텔’이 아닌 ‘플로라 호텔 신신 명동’으로 바뀐 이유다. 독립호텔로는 처음으로 국내호텔 1위를 차지한 지 2년 만의 일이다. 


 

(신신호텔은 이제 어디로 가는 걸까)


외국인 투숙객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호텔이기 때문에 해외 체인을 다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친밀한 유대감을 바탕으로 고객의 소리에 기꺼이 귀 기울이겠다는 의미로 서로를 ‘신신 윌링어스(ShinShin Willingers)’라고 부르던 직원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고심해 디자인한 로고를 새겼던 간판은 교체됐다. 이제 어떤 정체성이 신신호텔을 지켜줄 수 있을까?

 


‘플로라 호텔 명동’이나 ‘플로라 호텔 북창’ 같은 이름이 아닌 ‘플로라 호텔 신신’으로 명칭이 변경되었다는 사실을 새삼 상기해본다. '신신'이라는 이름까지는 바꾸지 않은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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